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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구만리

은기와 아이폰...

by Back2Analog 2014. 11. 20.

며칠전... 

은기에게 마치 아빠가 아닌 짐승처럼 소리를 질렀다.

수학여행 준비를 위해 옷을 챙기라는 엄마의 말에 은기는 아이폰을 보느라 듣는둥 마는둥 하더니 마침내 엄마랑 한바탕  것이다.

"애들한테  아이폰을  가지고..."

의례껏 이어지는 은기엄마의 불평...

 스마트폰을  거라면 안드로이드 보다는 차라리 아이폰을 경험하게  주고 싶었다


그날이 첨은 아니었다과거에도  번의 실갱이가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폰 때문에 엄마와 문제가 생기면 아이폰을 뽀개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그리고 며칠전... 또다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집안이 떠나가라 은기를 불렀다

"채은기아이폰 가지고 !"

보통 부모가 자식을 성까지 붙여 부를  부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에게 성을 물려 받은... 그러니까 나에게 속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은기는 자기한테  이러냐고 울며 대든다.

자신의 문제를 알지 못한  우는 은기의 모습을 보며...

 은기가 아이폰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아이폰 가지고 오라는  울고 불고  일이야아이폰 없으면 못살아?"

아이폰을 가지고 오라는 말에 마치 세상을 잃은  같은 표정으로 울고불고 하는 은기... 

 모습을 보자  정말 아이폰을 집어던지고 싶었고집어던지려고 했지만차마 진짜 던지지는 못했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울음을 그치지 않는 은기...

내가 나를 통제할  없이 화가 났다

"울지  잘했다고 울어!"

아파트 전체가 울리도록 문을 소리  닫고소리를 질렀다

"내가  맘대로 울지도 못해우는   자유라고!”

바락바락 대드는 은기...

"그래우는   자유야그럼 나도 아빠로서 너한테 아이폰 사용을 통제할 자유가 있어그러니 스스로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서 만들어 !"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줄담배를 피우며... 도대체  내가 은기한테 이렇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 

나한테 화가 났고은기한테 서운했다

내가 은기한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은기가 아빨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나와 친하지 않더라도 나와 1시간만 대화를 나눠  사람이라면 아마 어렴풋이 짐작할  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고 오니 멀쩡한 은기가 편지  장을 건낸다






그냥 홀가분해내가 이것 때문에 혼나고울고노력했나.. 싶어.

던지면 맛이 가는 그런 조그마한거 하나 때문에.

우리 가족우리 사이 나빠지고차라리 던지는게 나았어.

내가 필요하다고 해도절대로 돌로주지 한순간에 날아가고부서지고사이 나빠지게 하는  필요없어.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이게... 반성일까반항일까 혼란스러웠다

나중에 은기엄마한테 들으니 은기가 스스로 아이폰을 집어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은기엄만 은기의 그런 태도를 반성도 반항도 아닌 ‘허세라고 쉽게 단정했다.

은기엄마가 은기의 행동을 그저 ‘허세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황은 충분했다.

자신에게만 주어졌던 이어폰을 보란듯이 은슈에게 주고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아이폰 악세서리를 은슈에게 물려줬다.

은슈이거 갖고 싶다고 했지가져언닌 이제 피요없어."


그날  잠을 제대로  잤다

은기는 아마… 약간의 반성과 약간의 반항과 그리고 약간의 호기로 아이폰을 던졌을 것이다.

아니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오가고 있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가는 은기를 그대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은기한테 편지를 썼다.


엄마도아빠도

은기랑 똑같은 인간이다.

어제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

하지만 은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가장  책임은 은기 본인에게 있다.

 수학여행… 

아빠


다음날 아침 일찍 미팅이 있어 은기의 얼굴도 보지 못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잠시 짬이 났을 … 여느때처럼  아이폰에 있는 은기와 은슈 사진을 뒤척이다가 어떤 사진  장에서 멈춰 섰다.




은기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은기가 등교한  비가 왔는데핸드폰이 없었던 은기는 하교 시간에 엄마랑 만나기로  장소에서 비를 쫄딱 맞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핸드폰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은기를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내가 보는 은기와,

은기엄마한테 전해들은 은기는 다르다.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은기는 (당연히…) 다른 은기의 모습일 것이다.

 어떤 은기한테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 걸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는지아니면  어렸을 때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은기는 생각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 핸드폰으로 나에게 문자를 보냈었다.

그리고아이폰이 생기자 나와 카톡을 주고 받았고,

얼마전엔 나와 페친이 되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없는 은기와  사이에 핸드폰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유일한 소통의 도구였다.


최근 며칠

은기의 아이폰 금단 증상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진다.

나와 다른 세계에서 다른 소통방식으로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

스스로 내던지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사춘기의 한가운데를 내달리고 있는 은기에게 아이폰을 빼앗은 것이 마치

부모와 소통할  있는 유일한 통로를 막아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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